"뚜벅이로 5만2800㎞… 신발 37켤레 닳아"
8년째 걸어서 세계일주 캐나다인 벨리보씨                                             장 벨리브의 홈페이지  http://www.wwwalk.org/index.html   
"45세때 문득 '삶의 권태' 밀려와                                                                UPDATE에서    November 18, 2008
 로 가시면 한국 방문일정이 나옵니다.     
손수레와 400만원 들고 길 떠나                                                                             
http://www.wwwalk.org/FrameSet_an.html 
어린이들의 평화 위해 걸어요"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 유모차를 개조한 손수레를 끌고 장 벨리보씨가 서울 한복판에 섰다. 그는“평화를 이룩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냐”는 질문에“세상을 바꾸려 여행을 시작한 게 아니다. 나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마음속에 쳐 놓았던 정치적·사회적 장벽을 없애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2000년 8월 18일 캐나다 퀘벡주(州) 몬트리올, 그날 45세 생일을 맞은 장 벨리보씨는 유모차를 개조한 손수레에 간단한 옷가지와 먹을 것, 침낭과 작은 텐트, 구급상자를 싣고 자신의 집을 떠나 장장 12년간의 여정에 나섰다. 세계의 전 대륙을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로부터 8년 후인 13일, 53세 생일을 닷새 앞둔 그는 서울에 있다. 한국에 온 지 사흘 째, 대한민국은 그가 방문한 53번째 나라다. "북·남미 대륙을 밟고 남아프리카로 건너갔다가 유럽과 중동, 중국을 거쳐 오는 길입니다. 지금까지 걸은 거리가 약 5만2800㎞, 닳아서 버린 신발이 37켤레, 손수레만 해도 세 번째예요. 53세 생일에 53번째 국가에서 5만3000(53thousand)㎞를 달성하게 되었으니 '트리플 53'인 셈인가요? (웃음)"

광고업체에서 일하던 평범한 가장, 열한 살 연상의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그가 갑자기 '걸어서 세계 일주'를 선언하게 된 까닭은 뭘까? 그는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가 닥쳐와서"라고 했다. "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어느날 문득 걸어서 세계 대륙을 여행하자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미친 짓인 줄 알았지만 벗어날 수 없었어요."

8개월 여를 고민하던 끝에 2000년 5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나 10년쯤 집을 비워야 할 것 같아." 침묵 끝에 아내가 물었다. "이혼하자는 거야?"

"아내에게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 안의 허망함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 납득한 아내가 나를 지지하겠다고 말하더군요. 대신에 조건을 달았어요. '세계 평화를 위해 그 일을 하라'고요."

마침 2001~2010년이 UN이 정한 '세계 어린이를 위한 비폭력과 평화의 기간'이었다. 그는 세계 어린이들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여행이 좀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된 셈이죠."

처음 집을 떠날 때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은 4000 캐나다 달러(약 390만원) 뿐, 숙소와 식사, 여행경비 등은 대개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구했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이 그에게 안경을 맞춰 줬고, 알제리에서는 무료로 수술을 받았으며, 브라질에서는 남아프리카로 날아가는 공짜 비행기표를 얻었다. 그는 "내 여행의 목표에 동의한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다"면서 "나는 결코 구걸하지 않는다. 단지 소망할 뿐이다"라며 웃었다.

어린이들의 평화를 위한 그의 여행은 각국 언론과의 인터뷰와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매년 그의 생일인 8월 18일 어린이들을 위한 걷기 대회가 열리며, 대만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교과서가 출판되기도 했다.

그는 이달 17일 판문점에서 출발해 해남 땅끝마을까지를 걸어서 여행할 계획이다. 여행에 소요될 기간은 한 달쯤으로 어림잡고 있다. "한국을 떠난 후 일본으로 가요. 대만, 필리핀, 오세아니아 대륙을 거치면 2011년엔 마침내 그리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갑니다."

공동묘지나 다리 밑에서 잠을 청한 적도 여러 번, 짐을 빼앗으려는 술 취한 이들과 사투를 벌이고, 아프리카에서는 맹수와 마주칠 뻔 하기도 했지만 그는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여행이 끝나면 아마도 평화 수호 단체와 연관된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여행은 세상에 대해 배우기 위한 것이었죠. 진정한 제 '미션(mission)'은 여행이 끝난 후부터 시작입니다."

 
▲ 어린이들을 위해 걸어서 세계일주을 하는 그는 유모차를 개조한 카트에 침낭, 신발, 음식 등을 넣고 다니면서 8년간 50여개국을 걸어서 한국까지 왔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